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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공공가치』
최희경 지음/한길사 펴냄
 
권혁구 출판전문 기자   기사입력  2019/12/20 [14:14]

한국과 북유럽을 오가며 10여 년간 ‘북유럽 공공가치 모형’을 분석한 최희경 경북대 교수가 현장 의료정책과 교육정책을 중심으로 북유럽(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의 공공가치를 분석한 책이다. 

우리는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피상적으로나마 ‘공정하다’, ‘합리적이다’, ‘관용적이다’, ‘복지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고 인식한다. 지은이는 북유럽의 이런 성과는 단순히 법과 정책을 잘 만들거나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특정 집단의 도덕성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그곳 사람들 일반이 역사에서 만들고 생활에서 따르는 공공가치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 ‘북유럽의 공공가치’는 구체적 사례로 가득하다. 160여 개 사례와 함께 OECD, 세계가치조사(WVS), 세계은행, 갤럽세계조사 등 국제기구가 조사한 객관적 지표, 서구 학자들이 쓴 문헌 분석 등을 30여 개의 표와 그림으로 정리해 제시한다.

 

개인주의 역시 공공가치의 중요한 축

책은 북유럽의 공공가치를 ‘개인가치’와 ‘사회가치’라는 2개의 틀로 분석한다. 기존 연구들, 특히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가치 연구들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구분하고 그중 후자를 공공가치로 파악한다. 하지만 북유럽은 시장제도보다 자율적·공동체적 사회제도의 전통이 강하기에 공공가치가 개인가치와 사회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특징을 띤다. 개인가치 역시 사회가치 만큼이나 공공가치의 중요한 축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국은 서구식 정치체제와 법제가 우선 도입되었고 경제발전으로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비로소 시민운동이 자리 잡은 국가다. 시장제도의 기반이 되는 자유주의적 개인가치가 강하면서도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동일시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도 강하다. 하지만 북유럽 공공가치는 개인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된 특징을 보여주며,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개인가치는 사회가치 못지않게 공공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다.’ -41쪽-

 

높은 수준 복지위한 시민의 절제

의료정책과 교육정책에서도 개인가치와 사회가치는 대체로 균형을 이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복지서비스와 건강관리의 관계다. 북유럽은 폭넓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민에게도 일반 시민과 거의 다름없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를 부러워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높은 수준의 복지서비스를 누리려면 역설적으로 복지서비스에 대한 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재정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유럽 사람들은 건강관리에 매우 적극적이고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정책적으로도 이를 유도하는데, 대표적인 정책이 국가가 주류판매를 독점하는 것이다.

 

전문직도 학업에만 매달리지 않아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에 차이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나라처럼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 등 각종 사립학교가 즐비하고, 이것들이 모두 입시 위주 경쟁체제 내에서 서열화되는 상황을 북유럽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유럽은 교육의 질에 차이가 없도록 사립학교의 재정도 국가가 거의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폐쇄적으로 특정 이념을 주입하거나 정해진 커리큘럼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공교육 프로그램 내에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공부를 계속할 수도 있고, 직업훈련을 받을 수도 있고, 음악·영화·사진·체육 등의 예체능을 체험할 수도 있다. 

북유럽의 전문직 종사자들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까지 스포츠 등 취미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덴마크에서는 청소년 때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고서도 충분히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개인가치·사회가치 공존의 비결

스칸디나비아삼국의 공공가치는 개인가치와 사회가치의 균형이 특징이다.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치의 균형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은 이를 ‘실용적 이중주의’(pragmatic dualists)로 설명한다. 즉 실용적이고 다변화된 전략으로 두 가치를 탄력적으로 결합, 운영한다는 것이다. 

북유럽은 영국에서 명예혁명, 산업혁명, 노동운동을, 미국에서 자유주의를 따오고, 러시아혁명을 반면교사 삼아 노사 간의 타협을 끌어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등장하자 이를 사민주의 정책에 적절히 반영했다. 사회구성원의 존엄한 삶을 보장한다는 기본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황마다 분야마다 필요한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은 여러 나라의 법과 제도를 수용해온 만큼 북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며 “북유럽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제도나 정책의 내용 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변화의 역량이다.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실용으로 접근하면 진영논쟁과 대립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832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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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20 [14:14]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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