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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없고 대책만 있다
 
윤정웅 부동산 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19/09/27 [14:31]

나라 안도 시끄럽고, 나라 밖도 걱정스런 일들이 많다. 장관 한 사람 임명에 온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단 말인가? 야당은 장관 끌어내리기 위에 온힘을 다하고 있고, 단식에 돌입한 의원이나 당원들이 있다.

학생들도 예사 눈초리가 아니다. 서울대를 비롯한 연세대와 고려대도 연쇄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말도 못하고, 저런 말도 못한 채, 쩝쩝 입맛만 다실뿐이다. 그리고 이 모두를 삐딱하게 바라봄이 사실이다.

 

저성장 마이너스 물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약발도 없고, 효력도 없는 온갖 부동산대책은 거미줄처럼 걸려 재산권행사도 자유롭지 못하다. 집값 잡는다고 온갖 대책 다 내놨는데 왜 끝까지 오르는 곳만 오르고, 내리는 곳은 더 내리기만 할까?

 

현 정부는 2017년 5월 집권이후 부동산투기와 집값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잡겠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부동산대책을 수시로 발표해 왔다. 그 당시는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었기에 그에 따른 대책만 있어도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이후 부동산값은 가만히 있다가도 대책만 나오면 춤을 추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에 이르러 시장을 보면 부동산은 어디로 다 가버리고 대책만 남은 셈이다.

 

한국의 부동산 1번지는 서울 ‘강남’이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값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고, 일률적으로 오르지도 않았다. 엎드려 있는 곳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라는 총을 겨누자 값은 또 뛰기 시작했다.

 

재건축과 기존주택 매매가격이 모두 상승했고, 대치. 도곡. 삼성동 등지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막는다는 대책이 나오기만 하면 그게 상승신호가 되어 시장이 요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물이 품귀현상을 보이자 분양권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아무리 세금을 많이 매기고, 거주의무를 부과해도 돈 더 주고 사는 걸 어떡하겠는가? 6억짜리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이 3-4억이 붙었다면 이건 미쳐도 많이 미친 것이다.

6억에 분양받아 9억에 팔고, 8억에 분양받아 12억에 파는 사람들 재주가 좋은 사람들이다. 분양권 웃돈 현상은 강남을 거쳐 성북구 장위동, 강북구 미아동까지 불이 붙었다. 월급쟁이가 일생 벌어도 벌지 못할 3-4억을 한 방에 번다.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70%에서 60%로 내리고, 총부채 상환비율(DTI)을 60%에서 50%로 낮추면 뭐하나? 이자가 1%대로 내려도 돈을 쓸 사람이 없고, 더 싼 이자로 돈 준다고 광고까지 해도 서민의 살림은 팍팍하기만 한데.

 

지금 우리나라는 부동산 지뢰밭이 있다. 이름하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은 다 값이 오르고 있다. 정부에서 미리 값이 오를 것이니 알아서 하라고 보낸 신호였을까?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로 강화하고, 2년 거주의무를 부과하고, 단기투기수요를 억제하면 뭐하나? 부동산값은 앞으로 먼저 달려가는 것을. 자고로 시장을 이기는 대책은 없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모두 풀어 헤쳐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꼭 필요한 것만 놔두되, 국민생활과 경제사정상 필요한 것은 살려 나가도록 하자. 

3억 원 이상 주택구입시 자금조달계획을 미리 밝히도록 했지만, 거기에 걸려 집 못산 사람 하나도 없더라.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은 주거지원을 받는다고 했으나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못 봤다. 금융부분에서 마지막으로 시행된 대책이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이다. 

돈 있는 사람에겐 유리한 것이고, 가난한 사람에겐 독약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서울의 신규 미분양 아파트는 이런 사람들이 다 사고 있다.

 

집 없는 사람들이 30만호 신도시로 들어가 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간다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토지보상금이 나오면 어디다 투자할까 귀가 쫑긋한 사람들만 있다. 토지보상금은 누가 뭐래도 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받아, 사랑하는 땅 투자에 쓸 것이니 그리 아시라는 뜻일까?

 

이사철은 왔는데 집을 사려고 보니 내가 갈만한 곳은 돈이 부족하고, 겨우 돈이 맞는 곳은 매물이 없다. 작은 집들은 어디로 다 갔을까? 

옛날 어느 포구에 김서방이 살고 있었다. 김서방은 얕은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 왔는데 어느 날부터 작은 고기들이 잡히지 않았다.

 

큰 고기를 잡으려면 먼 바다로 가야하는데 배가 작아 먼 바다는 갈 수가 없어 작은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촘촘하게 만들었다. 2-3년 잘 잡히더니 나중에는 씨가 말라 고기를 잡을 수 없었다. 김서방이 바라보는 먼 바다는 강남이요, 작은 고기는 기존주택 작은 집들이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도 사실이고, 경제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쏟아지는 부동산대책으로 그물이 촘촘하여 작은 고기는 없어졌고, 어부의 노래도 멈추어 버렸다. 이제 부동산은 없어졌고, 대책만 남아 있으니 이를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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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27 [14:31]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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