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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권혁구 출판전문 기자   기사입력  2019/09/16 [16:40]

바야흐로 386세대라고들 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왜 386세대가 권력의 중추에 진입했는데 언론, 학계, 관계, 재계가 덩달아 들썩이고 있는가? 그것은 그들의 친구가, 친구의 친구가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왜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갖게 되었는가. 지은이는 386세대가 한국 사회의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독점해온 과정과 그로 인해 어떻게 세대간 불평등을 야기해왔는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386세대, 어떻게 권력을 형성했나

산업화 세대가 경제성장의 수혜를 40대에 진입하면서 최초의 자산축적을 통해 경험했다면, 386세대는 70, 80년대를 한층 넉넉해진 가정경제, 넘치는 일자리, 더 늘어난 계층 상승의 기회를 통해 경험했다. 386세대의 리더들은 '이념'을 통해 산업화 세대가 스스로를 파편화한 학연, 지연, 혈연의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원리를 터득했다. 이들은 이러한 이념, 조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민사회를 형성한 후, 국가에 대한 점유 작전에 집합적으로 돌입했다. 다른 세대의 정체성이 사회적 변동 과정을 겪으면서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세대의 정체성은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을 통해 사회 변동을 이끌어낸 능동적 정체성이다. 또 도시 빈민 및 노동자 계층과 중산층의 연대를 시도함으로써 자본주의하 시민사회를 조직화한 첫 지식인 그룹이다.

 

386세대 리더들의 정치권력 분포

산업화 세대의 리더들이 권위주의 체제를 통해 소수만이 권력을 독점하고 향유하며 불균등하고 불공정한 원리에 의해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분배해왔다면, 386세대들은 어떻게 권력을 분배하고 있을까. 386세대는 90년대를 기점으로 급속히 정치권력을 향해 줄달음 친다. 20대와 30대 때 시민사회를 조직하는데 헌신했던 386세대가 486이 된 2004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526명의 입후보자(40%)를 내고 대거 정치권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2016년에 이르면 50대가 된 386세대는 사실상 산업화 세력을 몰아낸다. 수적으로 524명의 입후보자를 내고 역사상 가장 높은 입후보자 점유율(48%)을 자랑하며 정치권력을 장악한다. 산업화 세대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90년대에 30대였던 386세대가 정치판에 16% 차지했는 반면, 2010년대 정치판에서는 30대는 거의 사라져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장악했나

한국 대기업들은 90년대 들어서부터 일본 모델을 따라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을 전 지구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노력을, 이 시도를 기업에서 주도한 세대가 다름 아닌 386세대의 리더들이다. 1997~1998년 금융위기는 기업내에서 이들의 권력을 극적으로 강화했다. 금융위기는 산업화 세대의 머리 위에서 폭발했다. 당시 이들은 추풍낙엽처럼 노동시장에서 퇴출됐다. 반면 30대로 기업조직의 밑바닥부터 중간 허리까지 구성하고 있던 386세대는 이 칼날을 무사히 비켜나며 대부분 생존했다. 권력 강화의 또다른 요인은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정규직 사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386세대는 졸지에 아래위가 모두 잘려나가면서 기업조직에 사실상 홀로 남겨진 '거대한 세대의 네트워크 블록'이 돼버렸다. 2000년대 이후 정보화물결이 가속화되면서 386세대가 산업화 후기 세대를 경영 전면에서 몰아냈다.

 

한국형 위계구조의 희생자는?

산업화 세대가 첫 삽을 뜨고 386세대가 완성한 한국형 위계구조인 '네트워크 위계'의 희생자는 누구일까. 그들은 동시대 청년과 여성이다. 한국형 위계 구조는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 위에 산업화 세대가 구축한 협업 머신이다. 네트워크 위계는 이 머신 위에 386세대가 이념·자원 동원 네트워크와 노동 유연화 위계를 장착시킨 보다 정교화된 착취 및 지배 구조다. 기업 수뇌부와 중간층까지 장악한 386세대는 자신들의 노령화에 따른 인건비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 세대 신규 채용을 줄였다. 이것이 오늘날 청년 고용 위기의 한 원인이다. 386세대 여성들도 소수만 상층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진입한 여성들은 장기간 생존하지 못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청년 여성들의 양성평등 사회를 위한 투쟁의 가장 큰 장벽은 아마도 사회 각 분야에서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는 남성 중심 가부장 사회를 지향하는 386세대 남성들일 가능성이 크다. 361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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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16 [16:40]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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