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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양극화 갈수록 심해
 
윤정웅 부동산 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19/08/23 [13:27]

내가 부동산을 사기 전에는 값이 그대로 있거나 약간 내려야 좋고, 내가 부동산을 사고 나면 계약서에 도장 찍고 돌아서는 순간부터 값이 올랐다는 말이 들려야 기분이 좋다. 또 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도 ‘그저 그렇다’는 말이 좋고, 크게 손해를 봤다거나 망했다는 말은 듣지 않음이 좋겠다.

 

요즘 미. 중 무역 전쟁이 심해지고, 일본의 수출규제와 저성장 추세가 이어져 전국 부동산시장은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 25개 구와 과천. 성남. 분당. 하남. 대구 수성. 세종시 집값은 분양가 상한제를 얻어맞을 정도로 오르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다.

사람이나 집이나 앉아있는 자리가 중요함은 만고불변의 이치인가 보다. 당신도 값 오르지 않은 지역에 좋은 집이 있거든 아무도 없는 밤에 슬쩍 강남으로 옮겨놓고 큰 소리 한 번 쳐보고싶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살고 있는 곳도 언젠가는 강남처럼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원래 부동산투자는 농부가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오는 세월 맞아가며 온갖 곡식을 심고 거두노라면 해마다 살림이 불어나고, 농토도 불어나서 백석지기, 천석지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의 욕심은 안 그렇다. 몇 달 사이에 몇 천이라도 붙어야 하고, 2-3년 만에 되팔아 이익을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

정부에서도 집은 지을 만치 지었는데 계속 서울 집값은 오르고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더 지을 곳도 없어서 서울하고 붙은 수도권까지 다 점령했어도 서울 집값은 놔두면 오른다. 부동산대책은 분양가상한제까지 열다섯 번이 나왔다. 그럼에도 값이 오른다 하니 서민들의 재산이 서울 집 한 채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지금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신규분양은 오는 10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에 공사를 시작하려고 전쟁 속이다. 송파 어느 재건축아파트 1945가구 등 11곳이 출발선에서 서로 먼저 뛰려고 사생결단을 하고 있다. 여기서 당첨이 되면 볍씨나 보리씨 한 알 심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억(億)을 번다.

집 있는 사람이 또 당첨이 되면 살고 있는 집은 아까워서 팔지 않고, 2주택이나 3주택으로 가거나 자녀들에게 증여를 하시겠지. 그래서 예로부터 큰 나무 밑에서 큰 나무가 자란다 했나보다. 이런 사정과 저런 이유로 집을 사 모으다 보니 서울인구 40만 명이 170만 채를 가지고 있다. 모두 전세나 월세로.

40만 명이 170만 채이면 한 집에 4채 이상씩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리가 없고, 서민들은 늘 쫓아가다 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와중에 다주택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도 면제해주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공화국이 된 것이다.

 

당신도 얼른 돈 벌어서 주식도 100억이고, 부동산도 100억이라고 자랑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주택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아까운 집들은 어찌해야 할까? 사겠다는 사람이 없을 날도 있을 텐데~

 

서울은 한정된 곳이라 10년 정도 더 가겠지만, 이제 10대와 20대가 없고, 직장이 수도권으로 분산되어 서울 집값 ‘아, 옛날이여’ 노래가 나올 수 있다. 지금부터 슬슬 집을 정리하는 사람이 고수다. 쓸 곳에 궁색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투자와 저축은 하되 이제부턴 서울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지 말자.

지금 수도권 미분양은 대부분 계약금 5000만 원을 포기하는 마이너스 매물이 등장했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다. 서울에서는 10억짜리인데 수도권에서는 3억 남짓한 새 아파트를 사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지방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건설사도 포기했고, 실수요자도 포기했다. 전세라도 살겠다고 하면 감사할 뿐이고, 

 

필자는 시골 중에서도 오지 산골에서 태어난 촌놈이다. 군대 가지전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농사일에는 가장 힘들다는 쟁기질까지 다 해봤다. 그때 친한 친구 아버지가 20년 동안 머슴살이를 했는데, 새경을 받으면 매년 논 두마지기씩을 샀다. 20면 만에 논이 40마지기가 된 것이다.

우리 마을에서는 최고로 부자가 됐다. 그 후부터는 매년 많은 논밭을 샀고, 다시 10년 후에는 100석지기 부자가 되었다. 이게 바로 전통적인 부동산투자다. 부동산은 노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투자를 아니 할 수 없다. 이제부터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면 땅에 투자를 하자.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필자의 사무실 뒤에는 10평 남짓한 언덕 빼기 텃밭이 있다. 봄부터 상추 심고, 고추 심고, 호박 심어 사무실 여섯 식구가 여름 내 푸성귀에 돈을 들이지 않았다. 사무실 뒷마당에다 파라솔 펴놓고 싱싱한 상추 뜯고 삼겹살 구어 볼이 찢어지도록 한 쌈 하노라면 혼자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르겠다.

 

세상 곳곳이 어수선하고, 살만하다는 사람은 없으나 서울 집값은 상향 선에 있고, 수도권 집과 땅은 값싸고 좋은 급매물 위주로 거래된다. 지방은 낮잠에서 언제 깨어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오늘도 손님은 늘 오신다. “부동산시장은 어떻소?”“급매물은 잘 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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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23 [13:27]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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