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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꼭 가봐야 해! 뉴질랜드 타즈만 빙하호수
 
사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2/28 [10:56]

수다스런 두 남자의 로망, 뉴질랜드 

뉴질랜드를 여행하게 된 건 순전히 두 사람 때문이었다. 

한 사람은 호주에서 2년간 워킹홀리데이를 했는데 부푼 꿈을 안고 거의 무일푼으로 야심차게 떠났던 그곳에서 끝내는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농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또 한 명, 뉴질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은 20년 후 뉴질랜드의 이민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다. 

처음 여행사 인솔자 자격으로 뉴질랜드 여행을 갔던 그는, 뉴질랜드의 대자연에 매료되어 언젠가 은퇴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것이 그 사람의 꿈이다.

대체, 이 강직한 두 남자를 매료시킨 그곳은 어떤 곳일까. 

나의 뉴질랜드 여행은 이렇게 촉발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흥분된 기분을 감추지 못해 SNS에 뉴질랜드 여행소식을 알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에게 여행 출발 전까지 거의 2개월을 SNS와 전화로 시달림을 받았다. 여기는 꼭 가야 한다며, 안가며 후회한다느니…. 

그래도 안 가본 사람보다 뉴질랜드 홀릭의 조언이 낫겠지 싶어 정리도 안 되는 뉴질랜드 찬양을 마냥 듣고 있었는데 어찌 그 둘의 여행스타일은 정반대일까. 

하지만, 우연찮게 그 두 사람의 입에서 일치하는 한 장소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타즈만빙하호수였다. 

각기 스타일이 다른 전문가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권했으니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는 꼭 한번 둘러보자 마음먹었다.

 

 

자꾸만 넓어지고 있는 타즈만빙하호수 

타즈만의 이름은 네덜란드의 탐험가인 아벨타스만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으로, 그는 호주의 유명한 태즈마니아와 뉴질랜드 및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발견한 사람이다. 

뉴질랜드의 빙하에는 폭스빙하, 죠세프빙하, 타즈만빙하가 있는데, 이들 중에 제일 큰 것이 바로 타즈만빙하이다.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서던 알프스 산맥에서 맥킨지 분지를 향해 남쪽과 동쪽으로 흐르는 빙하 중 가장 큰 빙하로 길이 29km, 폭 4km, 깊이 600m로 전체 아오라키 마운트쿡 국립공원 안에 있다. 

빙하는 해발 3,000m에서 시작하는데, 겨울과 봄 사이 50m의 눈을 축적하고, 여름이 지나면 7m정도 빙하가 녹는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실제 타즈만빙하는 1990년대 이후 평균적으로 약 180m 정도 빠르게 녹고 있다. 

타즈만빙하호수는 뉴질랜드 남섬의 마운트 국립공원에 위치해있으며, 길이는 7km, 폭 2km 깊이 245m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점차 빙하가 녹으면서 아마도 20년 후에는 16km의 최대 길이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1970년대 초에는 타즈만빙하 근처에 여러 개의 작은 연못이었던 것이 빙하가 녹으면서 오늘날 타즈만빙하호수로 통합되었다. 

빙하들 사이로 보이는 하얀 봉우리에서 타즈만빙하가 시작되는데 정상에서 이곳까지 내려오는 데 무려 300년이 소요된다고 하니 정말 자연은 신기하면서 위대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타즈만빙하탐험 

빙하탐험(Glacier Explorers Tour)을 신청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호수에 떠 있는 빙하의 덩어리인 빙산들을 직접 만져보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홍보한다. 투어비용은 한화로 13만 원($145/뉴질랜드 달러) 정도이다. 

빙하투어는 마운트쿡 빌리지에서 출발, 버스로 타즈만밸리로 이동하여 국립공원에서 30분정도 하이킹을 한 후, 노란 보트를 타고 타즈만호수 하류에 떠 있는 빙하, 빙산들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 할 수 있다. 영어로 해설이 이뤄지므로 미리 공부하여 가는 것도 효율적이다. 

투어는 9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이뤄지는데 투어 출발시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총 2시간 30분의 투어 중 호수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시간 20분 정도. 특히, 빙산에 투영된 빛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선크림과 선글라스는 필수품이다. 빙하체험투어는 www.glacierexplorers.com 에서 할 수 있다. 

 

빙하호수는 회색 밀가루였어!!!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출발, 가장 이른 8시 투어를 신청했다. 이른 아침에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빙하투어를 나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호수에 도착한 그곳에서 지금껏 내가 품어왔던 빙하에 대한 로망이 단방에 깨지기 시작했다. 호수의 물빛이 기대했던 에머랄드빛이 아닌 잿빛이었던 것이다. 다들 의아해하는 모습에 가이드가 눈치를 채고 친절한 설명을 시작한다. 이유인 즉, 몇 만년동안 녹지 않아 생긴 빙하가 산의 돌과 흙이 함께 깎여 내려오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것처럼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백 년에 걸쳐 높은 산에서 빙하가 내려오는 동안 바위는 곱게 갈려 결국 ‘ROCK FLOUR’ 라고 불리는 아주 고운 흙이 만들어 진다. 이 때문에 호수의 빛깔도 희뿌연 색이 되는 것이다. 

타즈만빙하호수를 본 첫 느낌은 마치 회색 밀가루를 호수에 풀어놓은 것 같았다. 가이드는 실망하는 사람들에게 빙하호의 머드로 만든 팩이 피부미용에 좋다며 미소를 지어 보낸다. 

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9인승 노란색 보트를 타고 들어간다. 생각보다 햇볕이 따가웠다. 옷을 벗으려고 하니 가이드가 빙하에 비친 햇볕이 강해서 살이 타기 쉽다고 한다. 10여분 보트를 타고 도착한 곳에 커다란 빙산이 보였다. 그 주변에 몇 개의 빙산들이 보였는데 빙산에도 나이와 이름이 있다고 한다. 하루가 된 것도 있고 3개월, 6개월 모두 제각각 이었다. 그나마 새하얀 것은 떨어져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들이고, 오래되면 겉면의 얼음은 녹고 돌가루들이 검게 변하기 때문에 지저분하게 보이게 된다. 

투어를 하는 동안 간혹 우르릉 쾅하는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공포감이 느껴지는 이 소리는 빙하가 갈라질 때 내는 소리라고 한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묘한 기분이 든다.

 

 

빙하가 사라지면…

2시간 30분만에 빙하투어가 종료되었다. 들어선 길을 다시 나오며 보트 위에서 가이드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사라져가는 빙하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보트에 함께한 일행들의 표정들이 일체 진지해지는데, 직접 그 현장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얘기를 듣는 기분은 확실히 신문과 뉴스를 통해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 빙하가 사라지는 건 급격한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얼마 전,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사를 신문에서 본적이 있는데 산업혁명 이전 시기보다 지구 기온이 현재 약 0.8℃ 오른 채 유지 중인데, 2080년도에는 약 4℃ 더 높아져 최악의 경우 해수면 상승폭은 58cm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남미대륙의 빙하가 90%이상 손실되면 중앙아시아 빙하도 녹아 전 세계적으로 홍수 등 자연재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사이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빙하공원에 빙하가 없다’라는 제목으로 미국과 캐나다국경에 걸쳐진 빙하국립공원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빙하의 감소는 빙하공원의 풍광뿐 아니라, 기온이 점차 높아져 이 일대에는 평년기온이 ℃이상인 날이 3배 이상 많아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역시 겨울이 점차 따뜻해지니 분명 남의 나라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당장 우리는 아니지만 재해영화에서만 보아왔던 일들이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 자명해 졌다. 

여행은 세상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얘길 많이 한다. 여행을 하면서 책으로 보고 배웠던 것을 실제로 마주하면서 무수한 다양함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 나를 놓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즐기고 먹고 보는 것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두발로 직접 걸으며 지구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

빙하가 떨어져 나오며 들렸던 굉음이 대자연의 마지막 비명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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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28 [10:56]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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