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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도나우 강
 
최정암기자   기사입력  2019/01/28 [11:15]

빈을 살린 뉴 도나우 프로젝트

치수 사업은 역대 어느 통치자에게나 역점 시책이었다. 범람하는 강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고,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민심을 얻는 것은 가장 좋은 치적. 오스트리아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도 이는 예외가 아니었다. ‘매년 여름이면 범람하는 도나우 강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그는 1869년부터 1875년까지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홍수 예방이란 목표 이외에 19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무역의 발달로 철도와 증기선들이 대거 등장하자 오스트리아도 대형 선박들이 오가는, 항상 일정 수량이 확보되는 물길이 필요했다.

왕은 강의 저수로 폭을 넓히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몇 년 뒤 발생한 대홍수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빈 시내에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홍수 때 물난리를 겪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예부터 내려오는 건축물들은 성벽처럼 높게 쌓아 홍수에 대비했다고 한다.

결국 오스트리아는 100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다가 1992년에야 홍수재해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났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뉴 도나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4대강 사업의 모델 중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다.

홍수 방어를 위한 해결책으로 길이 21㎞, 폭 200m의 ‘뉴 도나우’라는 방수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1972년 착공해 1992년 완공된 방수로는 이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다. 빈을 관통하는 도나우 강의 상류와 하류에 유입시설과 수위조절보()를 설치했다. 

강 하나를 따로 만든 것. 중간에도 하류부의 수위조절보를 설치했는데, 비홍수기엔 도나우 강이 호수처럼 보인다. 중간에 3개의 수문이 있으며 홍수 때는 수문을 열고, 평상시에는 막으니 호수가 되는 것. 여름엔 수영을 즐기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된다. 요트와 윈드서핑 대회도 수시로 열린다. 

대단위 치수사업으로 도나우 강과 신도나우 강 사이에 도나우 섬이 생겼다. 이 섬은 폭 70~200m에 총 면적은 390㏊에 이른다.

현재 도나우 섬은 조류 서식처, 소형 보트 계류장, 자전거길,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자연친화적인 여가활동을 누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곳에선 매년 6월이면 전 세계 음악축제가 열린다. 구역별로 각양각색의 텐트를 설치하고, 텐트마다 특색 있는 악기를 가진 음악꾼들이 모여 페스티벌을 여는데 이때 모여드는 관광객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인프라도 없이 강줄기를 하나 더 만들고, 여기서 나온 흙으로 섬을 건설했더니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강 주변에는 유엔 건물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유치해 습지성 수변공간을 친환경적인 세계적 명소로 변모시켰다.

뉴 도나우 프로젝트의 성과는 엄청났다. 버려졌던 도시 개발이 가능해졌고, 에너지원 확보, 홍수 방지, 친환경, 관광레저 산업 활성화 등이 덤으로 주어졌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06년 유엔 해비타트 프로그램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선정됐다. 또 EU로부터는 2007-2008년 환경 복원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최우수 생태환경상’(THE PRIZE of BEST LIFE NATURE)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강의 범람을 막았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들이었다. 강을 개발하는 데 따른 반대 여론들이 있었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정부의 입장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긴 세월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했다. 

정부와 국민들 간의 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야 사업을 추진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954년 ‘뉴 도나우 프로젝트’를 입안했으나 서두르지 않았다. 시의회 등이 반대하자 홍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참여시켰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와 개별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정책을 제시한 지 18년이 지난 1972년에야 공사에 착수했다. 완공에만도 20년이나 걸렸다. 중간에 의견이 엇갈릴 때면 각종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과 반대편 설득 작업을 병행했다. 느린 것이 반드시 느리지만은 않다는 것을 오스트리아의 뉴 도나우 프로젝트가 증명하고 있다. 

뉴 도나우 건설은 100년 만의 홍수가 있었던 2002년 빛을 발했다. 엄청난 홍수로 인해 도시가 절반가량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을 때 뉴 도나우 강으로 물길을 돌려 도나우 강의 범람을 막았다. 뉴 도나우 강가에서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프란체스 헬렌 씨는 “뉴 도나우 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휩쓸려 갔을 것”이라고 했다.

뉴 도나우 프로젝트로 인해 초당 1만㎥의 물을 수용할 수 있다. 통상 하천의 보들이 7천~8천㎥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용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도나우 강을 살리려는 노력들

빈은 유럽에서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기로 유명하다. 이는 오스트리아에 유엔본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유엔은 뉴욕, 제네바, 나이로비와 더불어 빈에도 본부를 두고 있다. 국제원자력 관련이나 환경 관련 회의는 이곳에서 주로 열린다. 유엔의 개발도상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들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아랍권 총회나 남미 정상회담도 자주 열리며 석유개발국기구(OPEC)도 이 부근에 있다. 세계의사대회도 빈에서 열린다.

유엔건물이나 다른 국제기구들이 빈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뉴 도나우 프로젝트 덕분이다. 빈의 남쪽인 카그란 지역은 늘 홍수 피해를 입어 주민들은 거주하기를 꺼렸다.

오스트리아 정부 및 빈 자치정부는 카그란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뉴 도나우 프로젝트를 완공시키기로 작정했고, 강의 범람을 막아내자 대표적인 지역 개발 프로젝트로 유엔본부 유치에 나섰다. 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도 중립국인 오스트리아에 본부를 두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유엔본부는 빈에서 최초로 근대 고층 건물로 세워져 명소로 떠올랐고, 회의가 없는 경우에는 하루 2회 가이드 투어로 관람이 가능하다.

이 건물은 오스트리아가 유엔을 위해 단돈 1달러에 부지와 같이 기증한 것으로 유명하다.

5월 21일 오스트리아 빈 남단 유엔본부 건물 옆에 자리 잡은 바이어 도나우(via-DONAU)를 방문했을 때다. 도나우 강의 개발에서부터 유지 관리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이 기관은 요즘 체코와의 국경을 접한 지역에 댐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토마스 하틀 수석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는 개발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도나우 강의 일정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EU에서 자국만을 위한 강 형상 변경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는 “특정 국가에서 수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10개국을 흐르는 강이 생명을 잃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댐 건설을 양해했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EU에서도 댐 건설은 반대가 심하다. 헬렌 길카로프(여) 홍보담당은 “체코 접경 지역 댐 건설은 이미 오래전에 확정된 것이다. 만약 지금 댐을 만들 계획을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홍수방지 및 수량 확보보다는 강을 원형대로 보존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

EU도 지금보다 환경이 더 악화될 여지가 있는 개발은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지금 EU는 수질악화방지에 주력하고 있어 강 주변의 난개발은 절대 금지다.

1948년 강이 지나는 10개국이 모여 ‘벨그라드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국가 구간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각국에 있다는 것. 2009년에는 ‘플래티나’(PLATINA) 협약을 통해 친환경적인 선박운행과 강 관리에 대한 기준도 만들었다.

다국적 강의 특성상 강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량 유지. 도나우 강의 강물 깊이는 항상 2.5m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길이 2천680㎞의 강이 통과하는 10개국 모두 공통된 사안이다. 깊이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준설을 해야 할 책임은 해당 국가에 있다.

강 준설을 하고 나면 이 준설토는 강을 위해 사용한다. 깊이 팬 웅덩이를 메우고, 새로운 물길을 조성해 물고기들이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나우 강은 주로 화물선이 다니지만 운반에 제한을 하는 것은 없다. 만약 강에 오염 사고가 나면 10개국의 즉각적인 국제공조가 가동된다.

도나우 강은 지난 세기에서 개발위주였다면 현재는 보존 위주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 콘크리트, 돌제방 등을 쌓던 추세에서 벗어나 물의 흐름을 과거대로 보존하는 원형 복원방식으로 진행해 현재 오스트리아 구간에만 30㎞를 복원했다. 도나우 강이 지나는 각국들도 도나우 강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노력들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토마스 하틀 연구원은 “오스트리아가 가장 적극적”이라고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친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도나우 아우앤(도나우 늪지대) 개발도 빈 시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물들을 새로운 형태로 다듬는 것인데도 반대가 심한 것. 그래서 현재 국립공원+대학+행정기관, 바이어 도나우 등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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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28 [11:15]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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