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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의 만년설을 만나는 고산도시
페루 와라즈
 
곽지산   기사입력  2019/01/22 [11:11]

페루의 인디헤나들이 사는 곳, 와라즈

최근 ‘꽃보다 청춘’ 등의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페루는 한국인들에 각광받고 있는 여행지가 되었다. 심지어 우리 어머니도 페루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지만 페루를 가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이다. 페루의 다양한 여행지 중 안데스의 만년설을 만날 수 있는 와라즈(Huaraz)라는 곳에 대해 소개한다. 

와라즈는 앙카쉬(Ancash)주의 수도로 도시의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와라치노(Huaracino)라는 인디헤나(Indigena, 원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 츌(Chull)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모자와 복장을 한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느낌의 도시이다. 

또한 도시 자체가 약 3천100m 지대에 있고, 특정 트래킹 같은 경우는 5천m 이상을 올라야 하는 고산도시이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제주도의 한라산이 약 1천950m인 점을 감안하면 와라즈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설산이 배경이 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반면 고산에 위치하고 있어 사람들에 따라서는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파라마운트 밸리의 입구

만년설을 만나는 곳, 파라마운트 벨리

설산을 로고로 사용하는 헐리우드의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의 배경이 되는 곳이 중 하나가 파라마운트 밸리(Paramount Valley)이다. 3시간 여의 버스를 타고 도착한 트래킹 시작점에서는 6천m 이상의 만년설들이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 냈다. 더불어, 햇빛에 비친 파론 호수(Laguna Paron)는 에메랄드빛을 환하게 뿜어냈다. 

화창한 날씨와 함께 맑은 공기와 멋진 자연을 바라고자 있자니, 내가 이곳에서 트래킹을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설렜다.

트래킹의 난이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대체적으로 평지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단계, 2단계 코스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1단계 같은 경우는 그저 호수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트래킹을 하다보면 높은 설산들에 둘러싸여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점심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2단계 코스로 향했다. 2단계는 파라마운트 밸리의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제법 오르막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고산병으로 인해 포기한 친구들도 있었다. 게다가 날씨는 그새 바뀌어서,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제법 쌀쌀했다. 계속 내리는 비에 추위와 오르막에 다들 조금씩 지쳐 가기 시작했지만, 자연이 주는 멋진 선물이 그런 피로를 금세 잊게 해줬다. 목적지까지 오르니 꽤나 멋진 풍경이 보인다. 

파론 호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아르떼손꼬차 호수(Laguna Artesoncocha).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호수의 전체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면을 성벽처럼 절벽들이 둘러싸고 있고 그 절벽을 따라 폭포가 흘러내린다. 호수, 폭포, 설산, 절벽. 이 모든 게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세상에 몇 군데가 있을까!?

 

빙하 타고 내려온 69호수

와라즈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69호수(Laguna 69)다. 69호수 트래킹은 약 3천800m에서 시작해 약 4천600m까지 올라야 한다. 수치상으로는 800m정도 밖에 안 되지만 3시간 정도 트래킹을 해야 하는 고난이도 코스이다.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각자 알아서 자기 속도에 맞춰서 트래킹을 하게 된다. 익히 변덕스러운 날씨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 변덕이 극에 달했는지, 해가 쨍쨍하다가도, 비가 내리고, 날씨가 쉴 틈 없이 바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보이는 폭포와 절경은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첫 번째 오르막 구간을 다 오르니 꽤나 큰 평지가 이어진다. 평지를 걸을 때는 내가 4천m의 해발에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고요하다. 하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어 ‘야호~’를 외치며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아 내가 제법 높은 곳에 있구나.’라는 현실을 다시 느끼게 만든다.

다시 산을 올라 도착한 호수에서는 빙하에서 내려오는 물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깔을 만들어 낸다. 거짓말 안 보태고 ‘내가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호수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빛이 난다. 69호수라는 이름은 와스카란 국립공원에 있는 200여개의 호수 중 69번째로 발견된 호수라서 ‘69 호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산하기 전, 조금만 더 올라가면 69호수 전체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언덕이 보였다. 조금 욕심내서 좀 더 언덕을 올라가기로 했다. 언덕을 오르니, 69호수의 전체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말도 안 돼.”라는 말과 함께, 정말 이 곳을 오르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 불어오는 바람도 너무 시원했고, 넓게 펼쳐진 호수는 큰 미동하나 없이 잔잔하다. 나중에 먼 훗날 백두산을 오른다면 천지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려나?

 

해발 5100m의 파스토루리 트래킹

안데스에 살아가고 있는 파수토루리빙하

차를 타고 와라즈를 떠나 파스토루리 빙하(Pastoruri Glacier)로 향하는 길에 환상적인 경치를 관람할 수 있다. 경치와 함께 뿌야라이몬디(Puya Raimondi)라는 밤송이처럼 생긴 나무들을 볼 수 있다. 3천2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이 선인장은 페루와 볼리비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식물이다. 희귀식물이라는 불리는 이유는 30년까지는 밤송이 형태였다가 40~1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 성인나무가 되면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기다란 형태의 나무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 밤송이 형태와 기다란 형태의 나무가 같은 종일 줄 상상도 못했다.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건가? 게다가 100년에 한 번 정도 예쁜 하얀 꽃들을 피워, ‘안데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파스토루리 빙하는 약 5천200m 해발에 위치하고 있어 입구에서부터 제법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이 오는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고산병 증상이 없었고 트래킹도 편도 1시간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일행들과 다 함께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데 햇빛이 비치니 반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40여분쯤 걸었을까, 정상에 오르자 빙하의 모습들이 보인다. 우와! 내 생애 처음으로 빙하를 보는구나. 빙하 자체가 얼마나 차가운 지 궁금해서 손으로 살짝 만져 봤는데, 손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였다. 정상이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날씨가 점점 추워지더니 우박이 내리기 시작한다. 안데스 산맥은 높은 지대만큼 날씨가 참으로 변덕스럽다.

 

산을 오르고, 등산을 가고, 트래킹을 즐기는 이유

트래킹을 같이 했던 일행들과 윌카코차 호수(Laguna Wilcacocha)로 가벼운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약 30여 채의 집들로 이루어져 있는 작은 촌락을 지나 산을 오르니 멋진 풍경들이 펼쳐진다. 세계의 3대 산맥(안데스, 알프스, 히말라야) 중 하나인 안데스를 이렇게 느낄 수 있다니. 정상에 도착한 윌카코차 호수는 기대와 다르게 그리 아름답진 않았지만, 목동과 양, 설산, 호수, 그리고 먹구름이 함께하는 모습이 꽤나 평온하게 느껴졌다. 

잠깐. 먹구름이라고? 결국에 비는 우박을 동반해서 세차게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쏟아 내리기 이전에 다행스럽게 한 학교를 발견할 수 있었고, 우리는 학교 아래에서 비를 피해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함께 있으면서 일행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산을 올라 멋진 풍경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일행과 소통하고, 나와 소통을 하고, 사람을 알아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트래킹을 즐기는 게 아닐까 싶다. 바다와 산은 분명하게 다르지만, 각자의 매력이 분명하게 있는 것 같다. 사람처럼 각자의 매력이 충분히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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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22 [11:11]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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