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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꽃문화탐방
 
박미나 플로리스트   기사입력  2019/01/11 [10:18]

플로리스트가 되기 전 떠난 해외여행은 그 나라의 문화유적과 먹거리 위주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떠난 일본여행은 도쿄의 먹거리, 즐길 거리 보다는 꽃에 관한 일본인들의 생각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삶에 있어서 꽃은 가족처럼 늘 함께 있었다.

도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플라워샵을 꼽자면 ‘아오야마 플라워마켓’이다. 눈에 띄는 디스플레이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총 70여개의 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야오아마 플라워마켓은 일본 꽃문화를 이해하는데 꼭 이야기 되는 대형 플라워샵이다. 

이곳에서는 매달 제철 꽃을 정하여 테마를 구성하는데 일본인의 꼼꼼한 성격을 잘 보여주듯 작은 꽃다발 하나까지 정성스레 디스플레이 되어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의 인기 있는 일본의 플라워샵들이 그렇듯 이곳 아오야마 플라워마켓 역시 꽃냉장고를 쓰지 않는다. 냉장고와 외부의 급격한 온·습도 차이로 꽃이 스트레스를 받아 수명이 짧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플라워스튜디오도 마찬가지로 꽃냉장고 쓰지 않는다.

대신 플로리스트의 부지런함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매장 앞 가장 잘 보이는 앞쪽으로 꽃을 디스플레이해 놓는다. 또한 손님들로 하여금 매장 안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꽃이름과 꽃말을 함께 적어 둔다. 

냉장고가 없다는 이야기는 생화의 유통순환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오야마 플라워마켓은 매일 생화를 한가득 실온 보관하는데도 불구하고 재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다. 일본 사람들이 꽃을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쿄의 거리마다 꽃을 들고 다니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오모테산도의 아오야마 플라워마켓은 타 지점과는 다르게 플래그쉽스토어로 운영되고 있어 작은 소품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관엽나무 등 아오야마 플라워마켓만의 종합적 서비스를 만나 볼 수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플라워샵 내에 숨은 작은 공간에 티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저기 늘어져 있는 그린 식물과 테이블마다 예쁘게 장식되어 있는 소소한 꽃들로 곳곳에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천장에는 아치 철골구조로 되어있어 마치 꽃이 가득한 화원에서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가 간 시즌에는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있어 호박과 달리아를 메인으로 디자인한 티하우스를 엿볼 수 있었다. 

오모테산도의 또 다른 볼거리, 유엔대학 앞의 ‘Farmers Markets’을 찾았다. 이곳은 많은 비나 눈이 아니면 주말마다 열리는 직거래장터로 일본 각지에서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농산물과 가공품, 당일 판매자가 직접 만들어 온 유기농 빵과 디저트, 멋진 엔틱소품 그리고 노점꽃집까지 다양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조심스레 사진기를 들고 노점꽃집 앞에 진열되어 있는 꽃을 찍으려고 하자 이곳 주인인 젊은 청년이 오늘은 꽃을 많이 못 가져왔다며 오히려 내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췄다. 청년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에서 여기가 배려심 많은 일본이 구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도쿄는 재래시장, 마트, 백화점 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마다 플라워샵이 위치해 있다. 신주쿠 게이오백화점 내에 있는 ‘FLOWER MARCHE’. 우리말로 변역하면 꽃장터로, 꽃이 돋보이기 쉽게 매장 전체가 온통 블랙으로 뒤덮여있다. 백화점 내에 위치하고 있어 가격이 대체적으로 비쌀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곳은 저렴한 꽃을 판매하는 플라워샵으로 유명하다. 

또한 모든 꽃들은 한 송이씩 가격이 책정되어 있어 비교적 낮은 예산으로도 꽃을 구매할 수 있다. 본인에 취향에 맞는 꽃과 디자인을 직접 선택하여 플로리스트에게 꽃포장을 요청하면 꽃다발이 금세 완성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꽃’은 예술품이다. 아름답고 예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존재라고 할까. 반면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꽃은 대중적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이 주는 신선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꽃을 구매한다. 일본처럼 꽃을 가까이하기 위해선 플라워샵의 청결유지부터 개선시켜야 한다. 국내 플라워샵 대부분은 습기가 가득 차있고 바닥에 떨어진 물기와 잎사귀들 그리고 작업하고 남은 흙덩이들이 여기저기 나뒹군다. 손님들에게 하여금 이곳에 오면 힐링 된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항상 정리정돈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매출도 쑥 올라가고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에 비례해 1조원이라는 초라한 꽃농가의 열약한 상황도 더 나아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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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11 [10:18]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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