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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 vs 부동산시장 "해운대"
 
전국아파트신문   기사입력  2009/08/31 [17:29]

왜, 영화 "해운대"는 해운대를 장소로 결정 했을까?

우리나라 최초의 재난영화로 만들어진 영화 "해운대"는 왜 부산 해운대를 배경으로 했을까? 쓰나미라는 해일의 특성상 바다와 인접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형을 감안할 때 로케이션 장소로는 서해 쪽 인천이나 동해 쪽 강릉, 남해 쪽 여수 등도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해운대가 메가 쓰나미로 인한 재난 상황을 가장 영화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운대에는 2000년 이후 주상복합아파트가 많이 건설되었다. 따라서 쓰나미에 밀려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고층 건물이 없다면 영화적 재미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만약,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저층 빌라 또는 단독 주택이 쓰나미의 물 폭풍을 맞는 설정이었다면 화면의 박진감은 전혀 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속 해운대는 외지사람들에게 부산 하면 연상되는 이전의 "해운대 백사장" 만 있는 곳이 아니다. 30층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가 해운대구 우동(마린시티)일대에 즐비하다. 거기에 광안대교라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있다. 아직 준공되지는 않았지만 해운대 인근에도 100층 이상의 건물이 2 곳 이상 들어설 예정이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이 일대의 장면이 재난의 배경으로 이용(?)된다. 그만큼 해운대는 언제부터인지 백사장 해운대 이외의 "장소성"을 갖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부동산 시장, "해운대=마린시티+센텀+해운대 신시가지"

현재의 부산 해운대는 부동산시장의 관점으로 보면 서울의 강남이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해운대의 특정 주상복합아파트는 서울의 타워팰리스 쯤 된다. 지역시장을 설명 할 때 종종 거론되는 비유법이다. 그만큼 해운대는 부산의 부동산 시장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곳이 되어버렸다. 부동산시장으로서의 해운대 시장은 구체적으로 아파트 위주의 해운대 신시가지를 포괄하나 이외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동백섬의 누리마루가 내려 보이는 "마린시티"와 "센텀"을 세력권으로 한다. 그런데 해운대의 이러한 지명도의 변화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만들어진 결과다. 너무 커버린 해운대시장에 대해 부산시민들도 놀란다.

2002년 전만 하더라도 해운대 시장이란 것 자체가 없었다. 미세하게는 차이가 있었지만 부산 전체가 하나의 시장이었다. 그랬던 것이 2002년 말 서울의 재건축아파트로부터 야기된 부동산 광풍이 지방으로 확대되면서부터 부산 내에서도 별도의 하위시장(sub-market)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후 마린시티와 센텀 등에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 등 주거복합 상품이 분양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산의 메인 시장으로 자리매김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지역 전년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부산 부동산시장은 약 4.5% 수준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있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건축아파트 규제완화 방침과 저금리, 재정확대에 힘입어 상승한 2009년 상반기 서울의 재건축아파트의 상승세에 버금가는 수치다. 그러나 이것은 산술 평균에 의한 "착시"다. 지역별 상승추이를 살펴보면 부산시의 원도심(구도심)에 해당하는 중구, 동구 등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마이너스를 보이거나 변화가 거의 없는 정체 상태를 보인 반면 마린시티를 위시한 해운대 지역은 15%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야말로 해운대라는 특정시장이 시장 전체를 견인한 결과다. 이것은 해운대 이외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반등의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것은 부산 시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실질적으로는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해운대"는 부동산 시장으로서의 "해운대"에 기초하는바 크다. 해운대는 이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 부산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부산 해운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2000년 이후 지역별 양극화와 차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다양한 "하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천의 송도가 그렇고, 성남의 판교, 분당, 서울 강북의 노원이 그렇다. 이러한 하위시장의 존재와 개별 시장의 영향력은 주택정책의 실현과 관련해서 다양한 모색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바로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정책 또는 대책의 강구이다. 최근 "국지성 소나기"에 의한 피해가 늘고 있다. 어느 곳에, 어느 정도로 비가 올지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태에서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같은 이치이다. 전체 시장이 아닌 지역적인 하위시장에 맞는 정책의 모색은 불가피하다. 특히, 주택보급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을 감안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하위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적 고려이다. 골격(frame)을 세운다음 남는 것은 결국 디테일(detail)이다.

서정렬 / 도시계획학 박사, 영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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