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영화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
존 그리빈 지음/ 박병철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권혁구 출판전문 기자   기사입력  2020/04/29 [14:10]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앤트맨이 몸집을 키웠다 줄이고, 어벤져스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원리는 무엇일까? 이는 ‘양자역학’이라는 편리한(?) 장치를 통해 모두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물론 영화적 요소가 가미됐다). 앤트맨은 원자 간 간격을 조절해 신체 크기를 바꿨으며,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이 파동이라면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평행우주론’을 토대로 시간여행을 가능케 했다.

이렇듯 양자역학에서는 현실 세계의 물리법칙으로 불가능한 현상도 발생 확률이 0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있다. 단지 확률이 지극히 낮아 일상에서 마주할 수 없을 뿐이다. 양자역학 이론으로 예측한 결과는 상식을 크게 벗어나기에 언뜻 양자역학은 초현실세계, 초능력을 설명하는 신비의 학문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

양자역학이라는 낯선 개념을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낸 양자역학의 고전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가 새옷을 갈아입고 출간됐다. ‘상식은 모두 잊고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양자역학, 뉴턴 물리학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20세기까지 과학은 뉴턴 물리학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성, 가속도, 작용반작용으로 대표되는 뉴턴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고 있으면 이들의 미래 역시 운동법칙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 이는 우주의 미래가 결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결정론적 우주관’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나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 ‘양자’(물질량의 최소 단위)가 완전히 다른 과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양자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 세계와는 영역이 다른 미시 세계이며, 기존의 뉴턴 물리학 법칙은 이 세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양자역학은 이렇듯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의 세계를 탐구한다. 공식을 거쳐 답이 나오듯 모든 것이 결정돼 있는 물리학과는 달리 양자역학은 확률의 세계다. 모든 사건은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에 양자역학의 토대를 마련한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놀음(확률)을 하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의 불확실성과 확률의 개념을 끝까지 거부하기도 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런 양자 세계(미시 세계)가 현실 세계(거시 세계)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사고실험으로, 양자 세계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모든 사건은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양자역학은 단순히 과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상대성이론과 함께 물리학의 기초를 떠받치는 학문이다.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화학은 지금도 여전히 암흑기에서 정체 중일 것이며, 분자생물학 같은 분야는 아예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양자역학에 한 발 다가서는 입문서

낯선 개념인 양자역학을 대중에게 설명하고자 저자인 존 그리빈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우리가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알려주는 방법을 택했다. 존 그리빈은 양자역학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가장 취약한지 간파해 독자들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데 제일 적합한 구성으로 내용을 설명한다.

그는 책에서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양자역학이 단계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서술돼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발견된 순서로 나열하면 논리가 중구난방으로 섞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양자역학을 설명하기 전 기본 개념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비유를 통해 과학적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 탁월하다. 에너지가 특정한 크기의 덩어리로 존재한다는 것을 은행의 현금인출기가 돈을 5파운드 단위로만 내주는 것에 비유하고, 페르미온과 보손의 차이를 각각 공연장에서 티켓값이 가장 비싼 좌석부터 순차적으로 앉아 있는 관객과 신나는 노래에 무대 앞으로 뛰쳐나가는 관객에 비유한다. 이런 비유는 물리학적 배경이 충분하지 않은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가 출간되고 36년이 지나는 동안 양자역학 분야에선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초끈이론’과 ‘힉스입자의 발견’은 큰 변화로 손꼽힌다. 양자역학 표준 모형의 대안으로 등장한 초끈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원리를 밝히려는 이론이다. 이는 이론물리학의 판도를 뒤집었으며 전통을 고수하는 양자물리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모든 소립자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는 2012년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발견돼 양자역학 표준모형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는 옮긴이 해제에서 살짝 언급된다. 400쪽. 2만1천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04/29 [14:10]   ⓒ 전국아파트신문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