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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수유 마을의 봄 소풍
 
안정호기자   기사입력  2020/03/20 [14:38]

봄의 진색(眞色) 산수유

봄 햇살이 짙어 지면 꽃은 어떤 색이 될까? 

멀리 바다를 향한 지리산 치맛자락 사이로 햇살에 데워진 봄바람이 불면 제아무리 골 깊은 골짜기도 어느새 오색찬연한 생기로 봄을 덧칠한다. 성급한 바람이 지나간 곳마다 초록이 물들기 시작하면 양지바른 언덕에도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고개를 내민다. 오상고절 좋아하던 선비들의 등살에 매화도 그만 무채색과 분홍색으로 꽃잎을 단장한다. 하지만 모두 봄의 색채로는 부족하다. 

아지랑이 피는 들녘에 듬성듬성 피어난 유채꽃이며 개나리, 민들레…. 어쩌면 우리들 기억속의 봄 풍경은 간질거리는 아지랑이 들녘에 노란 꽃들로 고정되어 있을지 모른다.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의 산기슭에 진짜 봄색이 있다. 바다를 지나온 계절풍이 봄의 관문인 낙동강하구를 지나면 섬진강이 흐르는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에도 노랗게 산수유가 만발한다. 그리고 그 산수유가 채 지기전에 봄의 진색(眞色)은 낙동강을 거슬러 ‘산수유의 고장’ 의성군 사곡면 화전2리 ‘숲실마을’에 당도한다.

숲실마을은 숲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라는 뜻. 토실토실 살이 오르기 시작한 초록의 마늘밭 사이로 3만여 산수유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며 골짜기를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봄 소풍

의성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늘이다. 하지만 봄이면 마늘 못지않게 유명세를 타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산수유마을이다. 산수유의 노란 꽃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조용했던 마을이 야단법석이다. 이제는 집안의 정원이나 도심의 공원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산수유 꽃이지만 마을 가득, 골짜기 가득, 봄 햇살이 노란 안개처럼 피어난 산수유의 군락지는 흔치 않다. 

마을 초입에서부터 종렬, 횡렬, 삼삼오오 서 있는 노란 물결이 사람들을 반긴다. 종렬은 가로수와 실도랑의 물결. 횡렬은 논과 밭의 두렁의 물결. 삼삼오오는 산중턱에서부터 산비탈까지 내려온 노란색의 물결이다. 새파랗게 살이 오르기 시작한 마늘 싹을 융단삼아 깔고 가지 끝마다 꽃망울을 피우고 있는 산수유군락이 마을의 주인 인 냥 사람들을 맞고 있는 것이다.

산수유나무를 닮은 산수유 마을 사람들

의성군 산수유 마을은 사곡면 화전 2리, 3리을 말한다. 일대에는 조선시대부터 자생한 수령이 300여년 나무에서부터 최근 2~30년 된 나무까지 산수유나무 3만여 그루가 모여 군락을 이룬다. 

화전리가 ‘산수유 마을’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그 옛날 산수유는 또 다른 수입원. 먹고 살기가 힘든 시절 마을사람들은 산수유의 열매가 한약재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산수유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십 년이 지났을까. 사방에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 마을이 자연스레 오늘날의 산수유 마을로 된 것이다.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산수유열매는 자녀들의 학비를 충당했고 이로 인해 산수유나무를 대학나무, 효자나무라고도 불렀다. 

작은 키에 몸통의 한쪽 부위가 썩어가면서도 끊임없이 가지를 뻗어 꽃을 피우는 산수유나무처럼, 가난했던 시절 자식 하나만 바라본 화전리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이 엿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마음을 비우고 떠나는 봄 여행은 모든 것이 행운이다. 겨울내내 움츠렸던 몸을 일으키니 따스한 바람과 햇살이 식물보다 사람에게 먼저 영양분을 주는 것 같다. 온종일 산자락을 가득 메운 산수유를 바라보며 논둑길, 밭둑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처음 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넉넉한 시골인심에 아직 소박한 시골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산수유 마을. 

마을 어귀에서 다시 한 번 산수유 마을을 돌아보니 봄 햇살을 닮은 산수유의 꽃잎들이 작은 군무로 손을 흔들어 준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의 봄이 성큼 다가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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