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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관리사협회 '불법' 공제상품 판매 논란...국토부 알고도 "계속 판매"
 
염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7/14 [15:46]

주택관리사협회, 입주자대표·공사업체· 경비·미화원 등에도 공제상품 판매 

법제처 유권해석 "주택법상 공제사업 인적 범위 관리사무소장에 한정해야"

국토부, 유권해석 요청해놓고 불리한 결과 나오자 "강제력없으니 판매 계속"

"정부부처가 위법행위 조장"... 법제처 "징계나 감사원 감사 대상될 수있어"

국토교통부가 산하 이익단체가 판매해온 공제상품 중 일부가 법적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고서도 관련 상품을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해줘 정부부처가 스스로 위법행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강호인 국토부 장관.

전국아파트신문 염지은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운영하는 공제사업의 일부 공제상품이 법적 근거없는 일종의 '불법 상품'이라는 취지의 법제처 정부유권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관할 부처로서 애초 이들 공제상품 판매를 승인을 해준 국토교통부는 스스로 의뢰한 유권해석이 불리하게 나오자 "법제처 유권해석은 강제력이 없다"며 되레 관련법을 현실에 맞게 바꾸겠다고 나섰다. 관련 공제상품 판매도 법개정 때까지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부처가 스스로 의뢰해 내려진 정부유권해석을 무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관할 이익단체의 위법행위를 감독관청이 되레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택관리사협회 공제사업을 총괄하는 공제사업단장은 협회 부회장직을 겸하는데, 현 홍길순 단장은 국토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주택관리사협회 공제사업단은 6년여 전부터 관리사무소장 이외에도 입주자대표회장, 아파트 하자보수 등 공사 참여 업체, 경비원, 청소원, 경리, 기사 등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상대로도 공제상품을 팔아왔다.  

법제처는 지난 3월 이같은 공제상품 중 관리사무소장 이외의 사람들을 상대로 한 상품은 관련법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현행 법하에서는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정부유권해석을 내렸다.

주택법(제81조의2)은 "협회는 관리사무소장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법제처 유권해석 직후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오랫동안 판매해오던 것을 갑자기 중단하면 혼란이 생긴다'는 이유로 법제처가 사실상 불법이라고 유권해석한 공제상품을 계속 판매하도록 하고, 대신 향후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국토부 관련 결제 라인은 강호인 장관-김경환 차관-박선호 주택토지실장-이문기 주택정책관-김종학 주택건설공급과장 등이다.

주택관리사협회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달 말에야 뒤늦게 '협회공제사업에 대한 법제처 유권해석과 관련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6월16일자 공고문을 최창식 협회장 명의로 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해 일반에 공개했다.

협회는 이 공고문에서 "법제처 회신결과에 따라 국토부 담당 국장 주재 협회와 협의한 결과  현행 공제사업은 계속 시행하면서, 정부와 협회가 긴밀하게 협조해 공동주택관리법(주택법)상 현행 공제관련 조항을 현실에 적합하게 조속히 개정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준비중에 있다"고 했다.

협회는 최근 이 공고문에서 '국토부 담당 국장 주재 협회와 협의' 등의 문구를 삭제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지난 6월16일자로 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 애초 공고문에 있었던 일부 문구(빨간색 밑줄 부분)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삭제된 부분은 '국토교통부 담당 국장 주재 협회와 협의'라는 부분인데, 삭제 이유와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법제처는 지난 3월23일 국토부에 회신한 유권해석에서 "주택법 시행령 제107조의4제2호에 따른 공제사업의 부대사업의 범위에 관리사무소장이 아닌 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제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 유권해석은 주택관리사협회 한 회원이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협회 공제사업이 관리사무소장이 아닌 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지'를 묻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어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법제처에 의뢰해 내려진 것이다.

법제처는 이 공제상품을 관리사무소장이 아닌자를 대상으로 판매해서는 안되는 이유로 "주택법에서 주택관리사협회가 할 수 있는 공제사업에 대해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된 주택관리사 또는 주택관리사보를 인적 대상으로,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물적 대상으로 각각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공제사업과 유사한 성격의 보험의 경우 판매 상품의 종류와 내용 등을 보험업법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하는 점에 비추어  주택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는 협회의 공제사업 범위도 주택법에 규정된 문언의 범위를 넘어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관리사무소장과 다른 위험요소를 가진 사람으로부터도 공제부금을 받아 공제기금을 조성하고 공제원인에 따라 공제기금을 집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게 되면, 자칫 관리사무소장 보다 더 높은 위험요소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더 높은 위험요소를 가진 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관리사무소장에게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주택관리사협회는 주력 공제상품 중 하나인 '주택관리종합공제'를 지난 6월 29일 부터 신규판매를 중단했다. 급격한 손해율 증가로 인해 재공제사인 동부화재보험이 공제료 인상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상품은 관리사무소장이외에 입주자대표회장에게도 판매해 왔다.

법제처 유권해석 이후에도 관련 상품 판매를 협회가 계속할 수 있도록 한 이유에 대해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법제처 유권해석은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주무부처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정부유권해석은 법원의 사법해석과 달리 관계 행정기관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효력은 없지만 행정기관에 대한 사실상의 구속력을 갖는다"면서 "관계 행정기관이 법제처가 내린 정부유권해석과 달리 집행할 경우 부적절한 집행으로 인한 징계나 감사원의 감사 등을 통한 책임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감사원 관계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겠지만, 유권해석에 따른 잘못을 본인들이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다수의 법조계 인사들도 "법제처가 내리는 정부유권해석은 행정부 차원에서는 가장 확정력있는 법해석인데, 정부부처가 법제처 결정에 따를 것이 아니라면 애초부터 이런 제도가 있을 필요도 없고, 국토부도 이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주택관리사협회 공제사업단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 승인한 협회 공제규정에는 협회가 판매하고 있는 모든 상품을 판매하게 돼 있다. 법제처 유권해석은 법만 갖고 해석을 해 법제처에 공제규정까지 같이 검토해 달라고 하니 규정은 검토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국토부는 (법제처 유권해석 이후) 1년간 유예기간을 줄테니 기존 공제상품을 계속 판매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제사업의 부대사업 범위에 대해) 법제처와 법무법인에 다 의뢰를 했었는데 법무법인의 의견은 반반이었다"며 "국토부가 승인해줬는데 법적으로도 갈리고 있고, 법제처 유권해석은 부대사업만 해석을 해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니 명확히 하기 위해 법개정을 하반기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법무법인에서 공제상품 판매를 중단하면 신뢰보호의 원칙이 무너지니 유예기간을 두자고 해서 내년 6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법 개정이 안되면 상품 판매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했다.

주택관리사협회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관리 공제사업은 2009년 8월3일부터 개시됐다.  

애초 관리사무소장만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협회의 공제사업은 2009년 11월2일부터 공제계약자 범위를 관리업무 종사자로까지 확대됐다. 

2011년 3월2일부터는 하자보수 등 공사 관련업체 대표들까지 계약 대상에 포함시킨 이행보증공제 상품도 신설, 판매했다. 이행보증공제는 이행입찰공제, 이행계약공제, 이행하자공제가 있다. 각각 공사 등 입찰 참가자, 계약보증금 납부의무자, 하자보수보증금 납부의무자가 가입 대상이다.

협회는 또 2012년 기존 공제상품을 주택관리사공제, 주택관리신원보증공제, 주택관리종합공제 등 3가지로 분리했다. 이중 관리사무소장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주택관리사공제뿐이다.  신원보증공제는 입주자대표회의회장, 경비, 미화원, 경리 등을 계약 대상으로 한다. 종합공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계약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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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14 [15:46]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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