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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관리규약을 위반한 현수막의 처리에 대하여
 
전국아파트신문   기사입력  2021/09/07 [13:32]

 

일반상담을 진행하거나 법률검토의견서를 작성하다 보면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하여 단지 내에 게시한 현수막을 임의로 철거하여도 되는지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본 지면에서는 위 질문에 대하여 검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서울시관리규약 준칙 제83조 제2항에 따르면 관리주체는 광고물, 표지물 또는 표지를 설치하거나 게시물을 게시하는 사항에 대하여 지정된 장소에 게시 또는 부착하는 행위는 동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보통의 아파트 단지의 경우 위 관리규약 준칙을 바탕으로 하여 아파트 관리규정을 작성하므로, 입주민들께서는 아파트 단지 내에 현수막을 게시하기 위하여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 현수막을 지정된 장소에 게시하여야 한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설치된 현수막을 관리주체가 임의로 철거할 경우에는 개인소유의 재물의 효용을 해한 것에 해당하여 형사상 손괴죄가 성립하며, 불법행위임을 원인으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하여 설치한 현수막의 경우 관리주체가 이를 임의로 철거해도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설치자의 의사에 반하여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한 현수막을 철거하는 행위가 형법상 손괴죄에 해당하는지를 보기 위하여 우선 동 행위가 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보겠습니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위반한 현수막이라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고, 현수막의 일부를 절단, 훼손하거나 다른 장소에 비치하여 은닉하는 방법으로 인하여 현수막이 정보를 전달하는 그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우는 일응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형법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0조에 따라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벌하지 아니하므로 판례를 통하여 어느 때에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되지 아니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예를 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아파트의 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어 이를 철거한 것만으로는 형법상의 정당방위, 정당행위 또는 자구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결국 손괴죄를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그 철거를 요구하거나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피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이고, 피고인이 대표회장이라는 이유로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은 없다고 보아 피고인의 철거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손괴죄의 성립을 긍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무단 게시된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였더라도 철거 사유 내지 상황상 목적의 정당성 등이 인정된다면 정당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반하지 아니한 행위로 보아 손괴죄의 성립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대전지방법원은 관리소장이 당시 현수막을 철거하게 된 경위를 살펴본 후 소장이 해임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이미 수사기관과 법원으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은 사실에 기해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막고, 해임투표 기간에 투표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방지한 것으로 보여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관리소장이 철거한 현수막을 관리사무소에서 보관하고 있었던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소장의 현수막 철거행위는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로 인정하고, 재물손괴죄에 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더불어 대법원은 피고인이 분쟁을 겪고 있던 게시자에게 6개월이 넘도록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였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피고인은 법무법인 자문을 거쳐 현수막 자진 수거를 요청한 후 이에 응하지 않자 현수막을 제거하였다는 점에서, 가처분결정을 받는 방법과 같은 권리구제 절차가 존재하기는 하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장기간 시일이 소요되고 가처분 결정을 받더라도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상기 판례들을 통하여 법원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권한 없이 게시한 현수막이라 하더라도 이를 철거하는 행위는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철거 사유 내지 목적의 정당성 등이 인정된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만 정당행위를 인정하여 위법성을 조각하는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아파트 단지 내에 관리규약을 위반한 현수막이 게시되었다 하더라도 임의로 철거하시는 것보다는 원만한 협의 후 철거하시는 방안을 권하여 드립니다. 내부적으로 타협하여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여 드리자면, 현수막 게시자에게 자진철거기간을 부여하시되 현수막을 회수하지 아니할 경우 관리주체가 이를 철거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아니하겠다는 확인서 및 동의서를 받으시어 철거하는 방안을 제안하여 드리오며, 그 외에 법률적인 구제방안으로는 현수막 등 수거 단행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도 업무에 참고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다양한 아파트 사정에 따라 관리규약을 제정하였을 것이므로 어떠한 때에 관리규약에 위반한 현수막을 철거하여도 되는지, 그리고 철거할 경우 형사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보수적인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따라서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계 행정청의 행정지도 혹은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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